처음 선생님이 모집글에서도 적으셨지만, '비언어적인 사진매체의 본질을 성찰하고, 현실 그 자체를 질료로 세상과 나의 접점을 직관적으로 다루는 방식'에 집중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사진의 기초>라는 제목이었지만, <사진의 대화>가 더 근접한 제목이 아니었을까 싶네요.수업시간에도 얘기드린 것처럼 사진으로 대상과의 소통1, 사진으로 자신과의 소통2,사진으로 사람과의 소통3에서 개인적으로 소통1은 수년간 열심히 해왔지만,소통2가 부실했었고, 소통3는 좀처럼 기회를 갖기 어려운 것이 아마 지금 전국에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결핍이 아닐까 싶습니다.무엇보다 사진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매주 3시간씩 얘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기회를 평생 언제 가져볼까요?저에겐 순사모 모임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집중해서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보지 못했던 귀한 경험이었습니다.아마 줌으로 수업을 하니까 이런 부분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그리고, 나름 소통2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겪어보니 전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그동안 사진을 고르는 기준은 정체되어 왔었고, 소통3를 활발하게 하니 소통2가 발전적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가… 대부분 이름만 대략 알고 있는 사진가들의 이야기를선생님만의 이야기로 풀어주셔서사진을 대하는 방향에 대한 네비이게이션 같은 사진가분들 이야기로수업 내내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해서 들었던 것 같습니다.나와 투영시켜 보기도 하고나는 어떻게 했던가 하고고민도 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수업을 참여하신 선생님들의저와는 다른 눈, 다른 감정으로6가지 사진 책을 매주 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매주 사진을 고르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일주일 내내 머릿속에서 생각이 떠나지 않는 ‘숙제’같은 느낌이라늘어진 마음에 살짝 긴장감이 들었습니다. 시진을 찍고, 보는 행위를 소로 쟁기질을 하는데언제부터 어딘가 돌부리에 걸려서매번 첫 폴더의 사진부터 다시 보기를 몇 년이나 반복을 했던 것 같은데…이번엔 선생님과 함께 수업한 선생님들 배려와 응원으로한 고랑을 다 갈아엎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갈아야 엎어야 할 땅도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그리고여전히 사진이든 살아가는 것이든 이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대낮처럼 명료하진 않지만 옆에 길게 생긴 고랑을 보고,또 그냥 걸어 봅니다. 어제 부로 안목 ‘사진의 기초’ 클래스 8주의 과정을 모두 마쳤는데요. 수업이 있는 매주 수요일이 얼마나 기다려졌는지 모릅니다.박태희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는 사진예술과 사진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진가들의 이야기도무척이나 흥미로웠을 뿐 아니라 매주 제출하는 수강생들의 사진을 서로 보면서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참 좋았어요.사실 이렇게까지 누군가에게 내 사진을 보여줘 본 적도 없을 뿐더러다른 이의 사진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사진 이면에 감춰진 감정을 느껴보려 한 적 또한 없었거든요. 눈 앞에 놓여진 사진에 대해 단순히 ‘좋다’라는 것이 아니라이미지를 꼭꼭 씹으면서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내 안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고표현해보고자 노력했던 시간들..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자체가 참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 피드백 수업을 위해 매 시간마다 각자의 사진을 다섯 장에서 스무 장 정도 가져오는 것이 숙제였기에, 내가 찍은 사진을 계속 들여다보며 정리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수반되었다. 그 과정을 통해 나의 과거와 현재, 부끄러움과 그리움을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오랫동안 열지 않았던 낡은 서랍이나 타임캡슐을 여는 기분이었달까. 내밀하고 복잡다단한 사연과 감정이 깃든 사진은 나의 삶을 보여주는 일련의 표식이자,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기억물이었다.내 사진이 가진 특징, 공통점,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 이것들은 어쩌면 혼자서 잘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들인데, 피드백을 받을수록 내가 어떤 사진을 찍는 사람인지, 아니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는 느낌이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듯한 기묘한 기분이 들게 하는 감상들은 하나하나가 너무나 감사하고 귀했다. 또한 다른 분들의 사진에서 나와 비슷한 지점을 발견해보는 것이 매번 흥미로웠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나 제각기 다양하다는 사실을 경험할수록 새로웠다. 우리 각자는 너무나 다르지만, 또 너무도 비슷한 존재라는 것. 그래서 한 번도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이미 사진을 통해 많은 것을 친밀하게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배회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또 있다니. 어쩌면 영원히 세상에 적응하지 못할, 호기심 가득한 어린 아이처럼.여덟 번의 강의를 듣고 나니 사진의 기초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얼마만큼 진지하게 들여다 보느냐에 달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사진은 개인의 내밀한 작업이고, 그 작업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건 그만큼의 용기 어린 자기 고백인 것. 그래서인지 한 분 한 분이 보여주신 사진들이 더 각별하게 느껴졌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잘 보여주지 않았을, 어둑한 밤에 홀로 쓰는 일기장 같은 것이기에. 리뷰 전문 읽기 매주 수요일 밤을 사진 이야기로 가득 채웠던 안목 워크숍이 끝났다. 그날 나는 모니터 화면이 꺼지고도 한참을 방 안에 앉아있었다.워크숍에서 느꼈던 무수한 감정의 물결들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필립 퍼킨스의 사진 강의노트를 통해 알게 된 안목 출판사는 오랫동안 나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당시에 접했던 사진 이론 서적에는 항상 정답이 있었고 그것만이 옳다고 강요하는 느낌이 들었다. 불편했다. 하지만 사진 강의노트는 달랐다. 사진에 대해, 그리고 사진을 찍는 나 자신에 대해 충분히 질문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주었다. 어떤 페이지는 몇 번씩이나 곱씹기도 했고 한 문장씩 천천히 읽어내려가며 편안했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이 책과 이 책을 엮은 안목 출판사의 이미지는 나란히 맞닿아 있었다. 그런 안목 출판사가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부산 해운대에 안목 갤러리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갤러리는 오픈 소식이 있고 반 년이 훨씬 넘어서 방문할 수 있었는데, 유유하게 만들어지는 모습조차 마치 그곳 고유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비대면 좀 수업으로 이루어진 안목 워크숍은 박태희 선생님이 준비해 주신 자료로 세계 사진가의 작품세계를 알아본 뒤 수강생들의 포트폴리오 리뷰 시간으로 이어졌다. 지난 8주는 내게 다시없을 귀한 시간이었다. 삶과 사진이 맞닿아있는 세계적인 사진가들의 작업과 그 배경에 대해 알면 알수록 경탄스러웠고 서로의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는 생소하면서도 가슴 뛰는 일이었다. 누군가의 사진을 이렇게 오랫동안, 찬찬히 들여다본 적이 있었을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가 찍은 사진을, 이렇게나 다정한 배려의 눈으로 세심하게 바라봐 준 적은 있었을까. 사진 한 장으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정을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지만, 나는 사진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되지 못했다. 도무지 내가 사진을 왜 찍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확실한 건 계속해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이 사실이 지금의 나에게는 보여지고 싶지 않은 치부와도 같아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부끄러움과 마주하고 싶었다. "사실은 제가 사진 전공을 했는데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나는 민낯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저도 제가 왜 이런 대상을 찍고 있는지 모르겠어요.”안목 워크숍 첫 시간에 최근에 찍었던 사진을 내보이며 내뱉은 말이자, 평소에 스스로가 지니고 있던 생각이었다. 나는 사진을 찍고 있지만 왜 찍고 있는지, 왜 계속해서 사진을 찍고 싶은지 몰랐다. 매주 포트폴리오 리뷰를 받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수강생분들의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워크숍 회차를 거듭할수록 꽁꽁 싸여져 있던 개인적인 의문들이 하나씩 풀려가기 시작했다. 마치 사진을 찍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사진을 매개로 수없이 오고 갔던 대화의 힘이었다.워크숍이 끝나고 지금 내 머릿속에는 ‘선택’ 과 ‘책임’이라는 두 단어가 남았다. 앞으로 스스로가 선택한 삶과 사진에 책임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깊은 울림이 있는 안목 사진 워크숍을 열어주신 박태희 선생님과 함께해서 영광이었던 수강생분들에게 무척 감사한 마음이다. 이 기억은 살면서 오래오래 되새겨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