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거장들의 세가지 소원 Thress Wishes of Jazz Greats
당신의 세가지 소원은 무엇인가요?
세계 최고의 부를 축적한 로스차일드 가문의 본가인 영국 지부의 자손으로 1913년에 태어난 패노니카 드 쾨니그스워터 남작부인(별명 니카)은 인종차별이 재즈뮤지션들의 발목을 옥죄며 연주도 삶도 고달프기 짝이 없던 1950년대부터 위대한 재즈맨들의 절친한 친구이자 든든한 후원자였다.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입원을 거부한 찰리 파커가 마지막 눈을 감은 곳도, 텔로니어스 몽크가 생의 마지막 10년을 보내고 세상을 떠난 곳도 모두 패노니카의 집이었다.
허드슨 강이 내려다보이는 그녀의 집은 캣하우스라 불리며 말그대로 재즈와 고양이를 기르는 곳으로 유명했다. 1960년대, 그녀는 재즈 뮤지션들의 아지트였던 그곳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재즈뮤지션들을 촬영하며 "당장 이루어질 수 있는 소원 세 가지가 무엇인가요?"라는 기발한 질문을 던졌고, 즉흥적인 그들의 답변을 책으로 펴낼 계획을 세웠다. 300명의 뮤지션이 그 질문에 자신만의 소원을 말했다.
듀크 엘링턴: "제 소원은 간단해요! 최고가 되는 거죠!”, 마일스 데이비스: “백인이 되는 것!”
디지 길레스피: “여권이 필요없는 세상”, 클라크 테리:”낡고 개똥같은 인종주의가 사라졌으면”, 루 도날드슨: “천식이 좀 낳았으면”, 매슈 지:”약간의 빵”. 행크 모빌리:”돈,돈,돈”, 아트 블레이키:”당신이 날 사랑하는 것”, 아서 테일러:”찰리 파커가 살아있는 것”, 찰스 밍거스:” 공과금을 낼 수 있을 만큼의 돈만, 하지만 그게 전부”
농담반 진담반 그들의 소원은 소박하고 허황되며 절박하고 아프다. 패노니카의 사진들은 제 아무리 뛰어난 사진가라도 찍을 수 없는 재즈 뮤지션들의 내밀한 순간들을 담았다. 생전 니카의 집에 모여 밤새도록 연주를 벌였던 재즈 뮤지션들이 사후에 이 한 권의 책 속에서 밤낮으로 맘껏 잼 세션을 열고 있는 것 같다. 인종차별도, 가난도, 천식도 전부 사라진 곳에서 찰리 파커도, 멍크도 모두 자유롭다. 그 누구보다 뼛속 마디마디 재즈의 영혼을 새기고 사랑했던 니카의 소원은 바로 이들의 소원을 이루려는게 아니었을까. 죽기 직전 그녀의 마지막 소원은 자정 무렵 허드슨 강에 그녀의 재를 뿌려달라는 것이었다. 멍크의 곡 <자정 무렵Round Midnight> 제목 처럼.
1988년 12월 9일, 성 베드로 교회에서 열린 니카 드 쾨니그스워터 남작부인의 추모식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렇게 니카를 기렸다.
“제가 니카를 만나는 동안, 그녀가 정말 대단한 사람인걸 알게 되었어요. 니카는 재즈의 후원자이자 위대한 재즈거장들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은 인물로 기억될 겁니다. 제가 영화 '버드'를 준비할 때도 많은 도움을 주었죠. 이 생에서 니카를 만날 수 있었던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전 언제나 행복할 것입니다. 니카는 정말 위대한 여성이었어요.”
텔레니어스 멍크의 Pannonica, 소니 클락의 Nica, My dream of Nica , 케니 드류의 Blues for Nica, 토미 플래건의 Thelonica… 재즈 거장들이 오직 니카만을 위해 바친 쟝르를 불문하고 한 특정인을 위해 이렇게 많은 곡이 만들어진 예가 있을까? 니카의 재는 강물따라 흘러갔지만 그녀가 지휘한 300명의 즉흥연주는 영원한 니카의 현존을 증명한다.
한국판 소개
프랑스와 독일에서 2006년 첫 출간된 후, 2008년 미국에서, 2017년 일본에서 출판되었다. 프랑스판에는 니카의 삶을 조명하는 손녀딸 나딘의 소개글만 수록되었으나, 미국판에 저명한 재즈 평론가 게리 기딘스의 서문이 추가되었고 일본판과 한국판은 두 글을 모두 수록했다. 한국판은 번역을 맡은 재즈 평론가 황덕호의 서문이 추가로 수록되어 책의 출간 의의를
한층 높였다.
저자 소개
패노니카 드 쾨니그스워터 Pannonica de Koenigswarter (1913-1988)
1913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로스차일드 가문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프랑스 외교관 쥘 드 쾨니그스워터와 남작과 결혼했고 2차세계 대전 중에는 남편과 함께 레지스탕스로 활약하며 암호해독, 구급차 운전, 라디오 진행자로 나치독일에 저항한 공적으로 연합군으로부터 중위훈장을 받았다. 1954년 뉴욕으로 이주해 1988년 사망할 때까지 멍크와 재즈뮤지션들의 후원자, 친구, 대변인으로 뉴욕재즈계의 전설적인 존재가 되었다.
황덕호 (서문 및 번역)
재즈 칼럼니스트. 1999년부터 현재까지 KBS 클래식 FM(93.1MHz)에서 〈재즈수첩〉을 진행하고 있으며, 경희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재즈사와 대중음악사를 강의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황덕호의 Jazz Loft’를 운영 중이다. 『다락방 재즈』, 『그 남자의 재즈 일기』, 『당신의 첫 번째 재즈 음반 12장: 악기와 편성』, 『당신의 두 번째 재즈 음반 12장: 보컬』을 썼으며, 『그러나 아름다운』, 『빌 에반스: 재즈의 초상』, 『루이 암스트롱: 흑인·연예인·예술가·천재』, 『재즈 선언』, 『재즈: 기원에서부터 오늘날까지』 등을 우리글로 옮겼다.
게리 기딘스 Gary Giddins (서문)
미국의 재즈 평론가, 작가. 1973년부터 30년간 〈빌리지 보이스The Village Voice〉에 글을 썼다. 1986년 피아니스트 존 루이스 등과 함께 아메리칸 재즈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다양한 재즈 레퍼토리를 기획하며 1992년까지 활동했다. 1998년 『재즈의 전망Visions of Jazz』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으며 재즈에 관한 작품으로 미국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다. 그 밖의 저서로 『블루노트에 몸을 싣고Riding on a Blue Note』 『리듬어닝Rhythma-ning』 『버드를 기리며Celebrating Bird』 『군중 속의 얼굴들Faces in the Crowd』 『풍향계Weather Bird』 『재즈Jazz』 등이 있으며 『빙 크로즈비: 꿈을 품은 사람Bing Crosby: A Pocketful of Dreams』을 시작으로 총 세 권에 이르는 빙 크로즈비 전기를 집필하고 있다. 구겐하임 펠로십, ASCAP 딤즈 테일러 상 등 여러 상을 받았으며 현재 뉴욕에 살고 있다.
나딘 드 쾨니그스워터 Nadine de Koenigswarter. (해설)
니카가 늘 손녀라고 불렀지만 정확히 말하면 남작부인의 증손녀다. 시각예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회화, 종이, 사진, 한정판 도서 등 다양한 미디어로 작업하며 전 세계에서 전시를 열었다. 현재 프랑스와 서아프리카에서 거주하고 있다.
목차
황덕호 : 니카의 집을 방문했을 때 _p9
게리 기딘스 : 세 가지 소원 _p19
나딘 드 쾨니그스워커 : 니카 _p25
재즈 거장들의 세 가지 소원 _p45
음악가 찾아보기 _p320
서문 발췌
“ 니카가 아니라면 그 누가 농담같은 질문으로 재즈 음악인들의 속마음을 드러내도록 만들 수 있겠는가. 저토록 무방비 상태로 있는 재즈맨들을 근접 촬영하는 것이 그들의 가족이 아니고선 니카 외에 누가 가능할까.” _ 황덕호 p10
“무력했던 음악인들의 권리를 위해 권력 기관들에 맞서 싸우며 인종을 따지지 않았던 상속녀는 음악을 듣고서 천재를 알아봤고 그녀의 충성심은 모든 이들이 한결같이 증언하듯이 절대적이었다. 만약 내게 세 가지 소원을 꼽으라면, 내가 마음속에 담은 두 가지를 고른 후에, 마지막 하나를 놓고 세계평화와 니카의 회고록을 읽을 수 있는 기회 가운데 무엇을 고를 지 갈팡질팡 헤맬 것이다. - 하지만 아! 니카는 회고록을 쓴 적이 없었다.” _게리 기딘스 p21
“마지막 대화에서 니카는 그녀가 유머 감각을 결코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내게 증명했다. 그녀는 다음 날 클럽에서 예정되었던 만남을 취소하자고 내게 전화를 걸었는데 왜냐하면 전기 깡통 따개가 고장 나서 내일 밤 고양이 122마리를 위한 사료깡통을 손으로 직접 따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_나딘 쾨니그스워터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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