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주산보, 한 낮에 걷는 산보라는 뜻의 책 제목처럼, 이름모를 장소를 스치듯 걸어가며 찍은 사진들이다. 전반적인 사진의 분위기는 쓸쓸한 이 삶의 일시성을 계절별로 노래한,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하이쿠 같다. 흑백 사진 속의 공간이 꽉 들어찬 경우는 없으며, 대부분 텅 빈 하늘이 마음의 여백처럼 자리하고 있다. 나무들사이, 바위들사이, 삼라만상의 변방에서 걸어가는 누군가가 그녀의 카메라에 찍힌다. 사랑하는 가족일 수도 있고, 낯선 행인일수도 있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을 무심결에 보게되는 것일까. 그들은 모두 홀로 건너편 어딘가를 바라보거나 발밑의 땅을 바라본다. 금새 눈앞에서 사라졌던 풍선처럼, 문득 적막한 하늘에 떠도는 풍선처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생 안에서 그녀가 멈춘 순간들은 고요하다. 그 고요가 누군가에겐 통곡처럼 울린다.
"2010년 즈음부터 찍은 사진들입니다. 주로 한 낮에 천천히 산책했던 시간들의 기록이며,(왠지는 모르겠으나) 가슴을 뛰게한 순간들과 풍경들의 기억이기도 합니다.” 고진숙
제주도에서 영화카페 백주산보를 운영하시는 고진숙 선생님의 <백주산보>가 마르시안스토리에서 출간되었다. 책의 형태, 디자인, 인쇄, 내용이 어우러진 보기드물게 아름다운 사진집이다. 54장의 흑백사진들과 작가의 글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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