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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고운 사람들 고운 삶을 고운 사진으로 [따순 손길 기다리는 사진책 23] 한금선,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안목,2009)
여느 책방에서는 팔지 않는 사진책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안목,2009)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장만합니다. ‘류가헌’은 2011년 12월 한 달 동안 ‘사진책잔치(포토북페어)’를 열어요. 작지도 크지도 않게 알맞춤한 사진쉼터 류가헌에서 씩씩하게 꾸리는 사진책잔치는 어여쁩니다. 이 사진책잔치에 마실하는 길에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를 만났습니다. 반갑게 펼치고 기쁘게 장만합니다.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는 이 사진책 내놓은 안목 출판사 누리집(http://anmoc.com)에서 살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인터넷 아닌 책방에서 손으로 만지작거린 다음 장만하고 싶어 책이 나온 지 이태 만에 비로소 구경하면서 책장을 넘깁니다.
흑백사진으로 이루어진 꽃무늬 몸빼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 모습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는, 책끝에 붙은 만나보기 글을 읽습니다. 권은정 님이 한금선 님을 만나 주고받은 이야기 가운데 “한참 전에는 우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사진이 따뜻하다고 해요. 더러는 같은 사진을 두고도 그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하하하(141쪽).”라는 대목을 찬찬히 곱씹습니다. 모르기는 몰라도, 지난날 한금선 님 사진은 ‘사람들이 슬프게 여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찍었’기에 지난날 한금선 님 사진을 읽을 때에 ‘슬프구나’ 하고 느낄 만할 수 있어요. 2009년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에서는 사람들이 슬프게 여기기를 바라지 않는 사진이었으니까, 곧 ‘사람들이 내 살가우며 가까운 이웃이요 동무요 한식구라고 여기며 받아들이기를 바라면서 찍었’기에 2009년 이 사진책은 ‘따뜻하다’고 느낄 만하구나 싶어요.
한금선 님은 잇달아 “시설 안에 있는 이들이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우리 모두에게 그 정서를 경험하게 해 주고 싶은 거지요. 그분들에게는 한 공간의 주인공이 되는 시간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한 권의 책을 만들어 지난한 우리 삶의 한 단면을 채워 왔던 그분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겨 드리려고 해요(142∼143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참말 이 이야기 그대로 한금선 님은 ‘남다르지 않은 사람’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남다르지 않은 사람들 남다르지 않은 삶을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남다르지 않기에 남다르게 바라볼 까닭이 없는 사람들 수수한 이야기를 사진으로 옮깁니다. 꾸밈없이 마주하고 즐거웁게 어우러질 좋은 사람들 꿈을 사진으로 빚어요.
사진책을 덮습니다. 며칠 뒤 사진책을 다시 펼칩니다. 또 사진책을 덮습니다. 이러고 며칠 뒤 사진책을 거듭 펼칩니다. 보름 남짓 이러기를 되풀이합니다. 아이가 먹을 밥을 차리고, 아이가 입을 옷가지를 빨래하며, 아이와 드러누워 잠잘 집안을 쓸고닦습니다. 두 손에 물기 마를 겨를이 없다고 늘 느끼면서 문득 생각합니다. 고운 사람들 고운 삶을 고운 사진으로 담는다고. 사랑스러운 사람들 사랑스러운 삶을 사랑스러운 글로 엮는다고. 좋아하는 사람들 좋아하는 삶을 좋아하는 그림으로 선보인다고.
사진기를 쥐며 어떤 사진이야기 하나 빚으려는 분들 누구나 이 생각을 예쁘게 건사하면 반갑겠습니다. 스스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좋아하는 사진을 찍어야 해요. 가난하거나 불쌍하거나 슬픈 사람을 애써 만나며 가난하거나 불쌍하거나 슬픈 이야기를 보여주려 할 까닭이 없어요. 사랑할 사람을 사귀면서 사랑할 이야기를 글·그림·사진·춤·노래·연극으로 빚으면 즐거워요.
함께 말을 섞고픈 사람들을 만나고 말을 섞으면서 사진을 찍으면 돼요. 같이 밥을 먹고 나란히 밤별을 올려다보고픈 이와 얼크러지면서 사진을 찍으면 돼요.
사진은 고발하지 않아도 돼요. 고발하고프다면 고발사진을 찍으면 되겠지요. 기사로 내보내고 싶으면 보도사진을 찍으면 되고요. 내 사진이 고발사진이라면 고발사진 느낌을 물씬 살리면 됩니다. 내 사진은 보도사진이라 할 때에는 그야말로 신문이나 잡지에 번쩍 하고 실려 번쩍 하고 놀래키도록 보도사진을 찍으면 돼요.
시골집에서 두 아이랑 옆지기하고 살아가는 나는 고발사진을 찍을 일이 없고 보도사진을 찍을 까닭 또한 없습니다. 나는 네 식구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언제나 즐거이 사진꿈으로 북돋우면 넉넉해요. 나는 사진기를 손에 쥐면서 사진꿈에 젖어요. 사진기를 만지작거리면서 사진빛을 누려요. 즐거이 찍은 사진을 다달이 한 차례쯤 종이에 뽑아 음성에서 살아가는 내 어버이와 일산에서 지내는 옆지기 어버이한테 편지를 적어 띄우면서 사진길을 걷습니다. 내 사진을 가장 좋아할 사람은 누구보다 우리 아이요 옆지기이며 어버이예요. 그래서 나는 내 사진삶을 ‘이야기사진’으로 일구어요. ‘사랑사진’으로 빚고 ‘시골사진’이랑 ‘살림사진’으로 여깁니다.
사진책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를 생각합니다. 한금선 님이 붙인 이름처럼 “꽃무늬 몸뻬”가 “막막한 평화”로 마무리됩니다. 아, 이 사진책 ‘남다르지 않은 사람들 남다르지 않은 이야기’는 “꽃무늬 몸뻬” “어여쁜 하루”가 아닌 “막막한 평화”로 마무리할밖에 없군요.
이 사회가 이렇게 이끌기 때문일까요. 우리 스스로 이처럼 바라보기 때문인가요.
사진책과 사진이야기에 붙는 이름이 “꽃무늬 몸뻬”이기만 했다면, “꽃무늬 몸뻬” “꽃내음 밥상”이었으면, 꽃무늬가 꽃송이 꽃누리 꽃내음 꽃열매 꽃빛 꽃꿈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으면, 참 아리따웠으리라 생각합니다. (4344.12.21.물.ㅎㄲㅅㄱ)
―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 (한금선 사진,안목 펴냄,2009.12.22.)
(최종규 . 사진책 읽는 즐거움 - 2011)
[출처] [사진책]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 (한금선)|작성자 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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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