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로 허공을 딛고 오른발로 땅을 디디며 걸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절룩이며 추는 느린 왈츠.
발뒤꿈치의 상처가 깊다.”
제목 〈짐노페디〉는 그녀가 즐겨 피아노로 연주하는 에릭 사티의 곡명이다. 빼곡히 악보를 메운 글씨, 장소도 시간도 알 수 없는 흑백 사진들과 단 2점의 컬러 사진... ‘느리고 애절하게’ 연주되는 기억의 편린들. 고개를 들때마다 스치는 삶. 1975년 부산에서 출생,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해서 핸드폰 디자인을 하던 저자는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공동체 ‘고치’를 꾸린다. 다시 10년이 흘렀고 번아웃이 찾아온 즈음, 지난 10년간의 사진 작업으로 마케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오리고 붙인 종이의 흔적, 지우고 다시 쓴 자필 원고, 거친 입자의 사진들로 채워진 이 마케트는 마치 피아노 연주를 직접 듣는 것처럼 생생하게 사진가의 존재를 촉각적으로 보고 듣고 느끼게 한다. 기억도 못하는 탄생의 날로부터 마케트를 만들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자전적 글과 사진들은 때로는 구슬프게 때로는 다정하게 우리 모두의 내밀한 사적 연대기를 은유적으로 환기한다. 사진마케트, 사진에세이, 사진집 ... 그 무엇으로 분류되든 그녀가 살아 온 궤적이 한 땀 한 땀 글과 사진으로 새겨진, 한 권의 완전하고 아름다운 책, 그리고 삶
“고요한 ‘하나’가 그리웠다. 육체와 생각은 늘 ‘하나’에 저항한다. 카메라를 들고 ‘하나’를 찾아 나섰다. 더 이상 커다란 바다를 찾지 않는다. 순간순간의 미세한 바다, 먼지 같은 바다에 녹아들려고 애쓴다. 먼지를 별이 되게 만들 빛은 도처에 존재한다. 발뒤꿈치는 서서히 아물고 있다.”
[저자] 이언옥 Lee Eonok
1975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과학고등학교와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기업에 취직해 핸드폰을 디자인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부산에 내려와 수학을 가르쳤다. 아이들과 함께 공동체 '고치'를 꾸렸고 사진을 시작했고 꿈이 뭐냐고 물으면 '행복하게 죽는 것'이라 말했다. 왼발로 허공을 딛고 오른발로 땅을 디디며 걸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절룩이며 추는 느린 왈츠. 발 뒤꿈치의 상처가 깊다. (인스타그램 @ joyfulljoyf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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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노페디 Gymnopé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