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가 되던 해, 사진기를 든 양병만은 2012년부터 18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티베트를 여행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른 나이부터 삶의 고난을 마주하며 자아에 대한 물음을 멈추지 않던 사진가는 인생의 후반부에 발견한 마음의 고향에서 카메라를 들고 의식과 무의식이 완전한 합치를 이루는 순간들을 기록한다. 스스로 ‘무의식의 세계에서 작동되는 질서’라고 정의한 그 불가해한 장면들은 사진가의 지극히 사적인 내면의 투영이자 티베트 사람들의 내밀한 현재를 드러낸다.그의 카메라는 사진가의 안과 밖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사진집은 1부 티베트 사람들과 2부 다르첸 가는 길 로 구성되었으며 각각 30여장의 사진들이 실려있다. 1부 티베트 사람들에는 티베트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짧은 글을 필두로 사진가의 시선에 포착된 티베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전개된다. 2부 다르첸 가는 길에는 우주의 중심이라고 숭상되는 카일라스 산 바로 아래 위치한 거점 마을 다르첸이라는 곳을 진정한 삶의 출발이자 궁극에 대한 은유로 제시한다.
사진기를 든 이후, 그에게 처음으로 삶을 돌아보게 만들었던 사진 한 장을 필두로 수년간 네차례나 티베트를 오가며 촬영한 양병만의 사진들은 마치 그가 살아 온, 그리고 살아 갈 인생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사진집 타이틀이 티베트사람들이란 고유명이지만 실상 그 누구라도 자신의 삶의 얘기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보편성이 사진집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사진집 뒤편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양병만의 사진세계와 사진작업의 의미를 사진가의 언어로 읽을 수 있다.
사진의 주제나 이야깃거리를 미리 생각하지 않았고 어떤 관점이나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치밀하게 기획된, 티베트 인들이 연출해준 것 같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신비로운 마법 같은 순간들이 내 카메라 앞에서 전개되었다. 인화하면서 사진들을 들여다보는데 한편 의아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마치 창조와 질서를 주관하는 신적인 존재가 시공을 초월한 거대한 삼라만상의 조화 속에서 우리들의 쓰임조차도 결정한다면 나 역시 그 조화 속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 느낌이 들었다.
p157, The Tibetan 티베트사람들 ,사진가와의 대화 <무의식의 세계에서 작동되는 질서>
티베트사람들The Tibetan 사진집은 한정판 500부로 안목출판사에서 만들었다. 69장의 컬러사진과 사진가와의 대화 <무의식의 세계에서 작동되는 질서>가 수록되었다. 사진가가 직접 프린트하고 인쇄감리를 보며 원작에 가까운 사진집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양병만은 1962년 강릉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여건이 허락치 않아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했고 40세부터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인생의 후반부를 예술에 전념하기 위해 50세가 되면서 사진기를 들었고 갤러리 류가헌에서 첫 개인전 <티베트사람들>(2019)를 열었다.
제목 : 티베트사람들
저자 : 양병만
디자인 : 양서로
출간일 : 2019년3월23일
판형 : 280*280mm
언어 : 국문/영문
페이지수 : 164쪽
제본 : 북클로스 양장제본
정가 : 80,000원
ISBN : 978-89-962469-2-3
안목 리뷰
그러면 모든 탐구의 끝은 출발했던 곳에 도달하는 것이며
그 장소를 처음으로 아는 것이리라.
T.S. 엘리엇
그곳은 몸과 몸이 겹치고 마음과 마음이 겹쳐서 산이 되고 강이 되어 흐르는 곳.
거친 흙의 표면을 어루만지며 칠흑 같은 전생부터 영원까지 연결되는 그 길들을 따라
그의 눈은 지칠 줄을 모른다.
양병만의 티베트는 지금까지 우리가 보았던 티베트 사진들과는 거리가 멀다.
더는, 순진무구한 얼굴도, 자연도, 역사도 없다. 중화인민공화국 시짱 자치구의
티배트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시짱자치구와 티베트사람들, 그것은 이미 어긋난 조합이다.
그 어긋남은 반세기 전에 시작되었고 수많은 죽음이 뒤를 이었고 수많은 티베트 사람들이
조국을 떠나야했다. 가는 곳마다 가장 먼저 통과해야 하는 검문소들, 거리를 차지한
공안들의 유일한 목적은 은밀히 퍼져있는 독립의지를 잡아내는 일이다.
티베트에서 양병만은 머물고 떠나기를 반복한다. 사진가의 발걸음이 멈출 때,
여지없이 그곳엔 빛과 그림자와 사람들이 있다. 아이를 등에 업은 엄마가 있고,
어딘지 쓸쓸한 햇살이 있고, 먼 산을 보거나 고개를 떨구거나, 당구를 치거나,
빈틈없이 차지한 중국기 사이로, 마치 피바람에 찢긴 살점들처럼, 날아가지 못하고,
어느 집 꼬챙이에 걸려버린 오색 천들이 나부끼고 있다. 빛이 우세한 걸까?
아니면 그림자가 우세한 걸까? 빛과 그림자의 아슬아슬한 대립은 사진의 밀도를
증폭시키는데, 결국 사진은 빛을 담는 것이고, 그 빛은 그림자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든 삶이 바뀌어버린 티베트의 현재에 대한 암시인가? 그의 사진에선
종종 위험한 징후가 감지된다.
살아간다는 것, 지킨다는 것, 무너진다는 것, 어느 젊은이의 가슴속에
말 못 할 비밀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고통은 숨을 죽이고, 어느 길가 그림자에서
불쑥 솟아나온 티베트 사내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우리를 직시한다.
손가락 하나가 하늘을 뚫을 수는 없어. 궤멸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가 아니야.
말할 수 없는 형태로 존재하는 것들이 사진으로 찍힐 때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인가?
노란 점퍼를 입은 한 청년이 도로 위에 널려 있는 상품을 ‘보고’ 있다.
상품을 파는 상인은 손님도, 상품도 아닌 어딘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팔려는 의지도, 사려는 욕망도, 팔리고 싶은 의지도, 사진 속에는 없다.
하늘은 파랗고 햇볕은 따스한데, 벌거벗은 산은 도로변의 무덤같다.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선뜻하게 여겨져서 옷깃을 여미게 된다.
저 불온한 숫자를 번호판으로 버젓이 단 하얀 트럭의 짐칸에 실린 두 여인은
어디로 가게 될까. 애처로운 것은 사라지는 빛이고, 어깨를 웅크린 여인들이고,
살갗을 파고드는 예리한 한기 앞에 속수무책인 나 자신이고, 해 저무는 바닥에 깔린 슬픈 삶들이다.
단 한 장의 사진도 같은 빛이 없고 같은 그림자가 없으니
사진의 온도를 느끼는 것, 이것이 ‘보는’ 것이다.
마지막 촬영연도가 2018년, 첫 촬영연도가 2012년이다. 그는 6년 동안,
4차례에 걸쳐 티베트를 떠돌아다니며 정작 떠돌아다니는 것이 법령으로 제한된
티베트 사람들을 그의 카메라에 담았다. 왜 저 멀고 먼 고원에 사는 사람들이
이토록 그의 시선을 이끌었을까?
그의 고백처럼 두 손을 가슴에 합장하고 사진가의 카메라를 바라보는
저 세 명의 형제들이 시작이었을 것이다. 그때, 마음 바닥에서 소용돌이치던
그 회한의 감정이 세상과 자신과의 불화가 용해되던 한순간이었음을 그는 잊지 못한다.
그래서 그의 사진들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 그의 모든 사진엔 다름 아닌
그 자신의 전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입을 굳게 다문 채 자전거를 몰고 곧장 프레임 밖의 세상으로 나가려는 사내아이를 보라.
한 번도 어리광을 부려보지 않은 아이의 표정이란 저럴 것이다. 술 한 병을 앞에 두고
지나간 하루를 달래는 남자의 푸른 등을 보라. 종일 허리를 굽혀 동충하초를 캐다가 잠시
담배를 입에 물고 고개를 돌린 사내의 점퍼는 흙과 땀에 젖어 눅눅하다.
손바닥이, 무릎이, 가슴이, 차가운 땅바닥에 닿고 닿아, 닳고 닳아,
땅이 내가 되고, 하늘이 될 때까지, 저 나이 든 사내의 염원은 무엇일까?
그것이 감정이든, 무의식이든, 우발적인 우연이든,
저 불가해한 순간들이 일어날 때마다 그의 카메라에 담긴 것은
그 순간들을 인지하는 자신의 완전한 모습이다.
사진가의 표현대로 ‘시원의 출발점’에서 티베트불교와 하나 된 사람들의 삶이
고향처럼 편안했다는 사진가는 티베트에서 그의 자서전을 찍었다.
그의 손으로 매듭지은 이 책의 결말처럼,
함께 어울려 살며, 떠나 온 집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
이것이 우리 모두의 염원이다.
박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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