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예고로프의 이탈리아 일기 1976
빔 더 한 Wim De Haan
1976년 5월, 피아니스트가 사라졌다
1976년 이탈리아 현대국제음악축제에 소련 대표로 참가한 스물두 살의 피아니스트 유리 예고로프는 연주장이 아닌 로마의 경찰서를 찾아가 정치적 망명을 요청한다.
모스크바 음악원에 재학 중이었고, 소련을 대표해 국제 음악축제에 참가할 만큼 앞날이 보장된 젊은 피아니스트였다. 그가 돈 한 푼 없이 자신의 나라와 가족, 보장된 미래를 뒤로하고 떠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망명 신청 후 예고로프는 로마 근교의 난민 수용소에 머물며 결정을 기다렸다. 가족에 대한 걱정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외로움과 불안 속에서 그는 손바닥만 한 일기장을 글씨로 가득 채웠다.
5월 19일
“어제 나는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 우리 가족에게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6월 2일
“여기서 15일째다. 울고 싶다. 폭풍이 몰아친다. 엄마, 보고 싶어요, 모두들 보고 싶어요.”
이 한 달의 기록이 『유리 예고로프의 이탈리아 일기』의 시작이다.
사진 액자 뒤에서 발견된 일기
예고로프는 생전에 자신의 망명 과정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파트너 얀 브라우어가 거실의 사진 액자 뒤에서 작은 일기장 하나를 발견했다. 몇 년 동안 아무도 모르게 그곳에 숨겨져 있던 것은 1976년 이탈리아에서 예고로프가 직접 써 내려간 일기였다.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 망명이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는 두려움, 음악에 대한 생각과 신을 향한 기도가 작은 지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6월 1일, 그는 수용소에서 스크리아빈의 「불꽃을 향하여」를 떠올리며 적었다.
“이 곡을 연주해야만 한다. 신이시여, 절 축복해주소서!”
피아노조차 없던 수용소에서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허공에서 화음을 연습하고 있었다.
.
일기와 신문기사, 여권으로 만들어진 책

『유리 예고로프의 이탈리아 일기』의 원서 Youri Egorov — His Complete Original Diary, Italy 1976는 예고로프 연구자 빔 더 한(Wim De Haan)이 만든 기록집이다.
예고로프가 직접 쓴 러시아어 일기 원본을 그대로 스캔하고, 맞은편에 클레어 오볼렌스키가 번역한 영문을 배치했다. 여기에 당시 그의 실종과 망명을 연일 보도했던 이탈리아 신문의 기사와 수많은 연주 여행의 입국 도장이 남아 있는 여권 등 실제 자료를 함께 수록했다.
1970년대 냉전 한가운데에서 소련의 젊은 피아니스트 한 사람이 사라진 사건을 훗날의 설명으로 재구성하기보다, 그때 남겨진 기록 자체를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한국판에는 2008년 워너뮤직에서 발매된 「유리 예고로프 — 마스터 피아니스트」에 실린 파르한 말릭의 글과 클래식 음악지 『그라모폰』 2020년 8월호에 게재된 팀 패리의 글을 추가로 수록했다.
자유 이후의 음악
망명 이후 예고로프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정착했다.
1977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지만 그의 연주를 지지한 사람들이 1등 상금과 같은 1만 달러를 모아 뉴욕 데뷔를 도왔다. 이듬해 카네기홀에서 데뷔했고 이후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연주와 녹음을 이어갔다.
쇼팽과 슈만, 바흐, 모차르트에서 특히 드뷔시에 이르기까지 예고로프가 남긴 연주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계속해서 재발견되고 있다.
그가 그 음악에 도달하기 전, 스물두 살의 한 달이 있었다.
『유리 예고로프의 이탈리아 일기』는 그 자유의 대가가 무엇이었는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여주는 기록이다.

임윤찬이 말하는 유리 예고로프

“유리 예고로프가 러시아에서 망명 후 뿌리 내린 암스테르담에 꼭 가보고 싶어요.
그의 명연주는 거의 다 암스테르담 시기에 이뤄졌어요. 비록 불치병으로 인한 짧은 삶이었지만,
이 연주자의 위대함을 직접 그 도시에 방문하여 몸으로 느껴보고 싶어요.”
— 임윤찬
“그의 음악에는 가르칠 수 없는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영혼’이다.”
— 팀 패리 Tim Parry
“유리 예고로프는 그보다 오래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보다 짧은 생에 훨씬 많은 흔적을 남겼다.”
— 기돈 크레머 Gidon Kremer
“객관적인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만든 위대한 책.”
— 블라디미르 예고로프 Vladimir Egorov
Media
피아노홀릭 · 책 소개
선곡의 이유 68. 임윤찬이 사랑한 ‘비운의 천재’, 유리 예고로프
빔 더 한 (Wim De Haan)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빔 더 한은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비범한 음악명인 유리 예고로프를 알게 되었다. 그를 잊지 않기 위해 2015년에는 유리 예고로프 웹사이트(https://www.youri-egorov.info)를 만들었다. 네덜란드의 한 대학병원에서 생의학 엔지니어로 일하며 미국의 저명한 오디오잡지 《스테레오필Stereophile》에서 이달의 음반으로 선정한 피아니스트 에벨리나 보론초바Evelina Vorontsova의 라흐마니노프 전곡 CD 녹음 제작에 공동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다.
유리 예고로프의 이탈리아 일기 1976
빔 더 한
Youri Egorov - His Complete Original Diary, Italy 1976 (원제)
96쪽
145 × 210 mm
소프트커버 · 무선제본
한국어
2024년 5월27일
ISBN 978-89-98043-30-8 (03670)
도서출판 안목
유리 예고로프의 이탈리아 일기 1976
빔 더 한 Wim De Haan
1976년 5월, 피아니스트가 사라졌다
1976년 이탈리아 현대국제음악축제에 소련 대표로 참가한 스물두 살의 피아니스트 유리 예고로프는 연주장이 아닌 로마의 경찰서를 찾아가 정치적 망명을 요청한다.
모스크바 음악원에 재학 중이었고, 소련을 대표해 국제 음악축제에 참가할 만큼 앞날이 보장된 젊은 피아니스트였다. 그가 돈 한 푼 없이 자신의 나라와 가족, 보장된 미래를 뒤로하고 떠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망명 신청 후 예고로프는 로마 근교의 난민 수용소에 머물며 결정을 기다렸다. 가족에 대한 걱정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외로움과 불안 속에서 그는 손바닥만 한 일기장을 글씨로 가득 채웠다.
5월 19일
“어제 나는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 우리 가족에게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6월 2일
“여기서 15일째다. 울고 싶다. 폭풍이 몰아친다. 엄마, 보고 싶어요, 모두들 보고 싶어요.”
이 한 달의 기록이 『유리 예고로프의 이탈리아 일기』의 시작이다.
사진 액자 뒤에서 발견된 일기
예고로프는 생전에 자신의 망명 과정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파트너 얀 브라우어가 거실의 사진 액자 뒤에서 작은 일기장 하나를 발견했다. 몇 년 동안 아무도 모르게 그곳에 숨겨져 있던 것은 1976년 이탈리아에서 예고로프가 직접 써 내려간 일기였다.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 망명이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는 두려움, 음악에 대한 생각과 신을 향한 기도가 작은 지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6월 1일, 그는 수용소에서 스크리아빈의 「불꽃을 향하여」를 떠올리며 적었다.
“이 곡을 연주해야만 한다. 신이시여, 절 축복해주소서!”
피아노조차 없던 수용소에서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허공에서 화음을 연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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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신문기사, 여권으로 만들어진 책

『유리 예고로프의 이탈리아 일기』의 원서 Youri Egorov — His Complete Original Diary, Italy 1976는 예고로프 연구자 빔 더 한(Wim De Haan)이 만든 기록집이다.
예고로프가 직접 쓴 러시아어 일기 원본을 그대로 스캔하고, 맞은편에 클레어 오볼렌스키가 번역한 영문을 배치했다. 여기에 당시 그의 실종과 망명을 연일 보도했던 이탈리아 신문의 기사와 수많은 연주 여행의 입국 도장이 남아 있는 여권 등 실제 자료를 함께 수록했다.
1970년대 냉전 한가운데에서 소련의 젊은 피아니스트 한 사람이 사라진 사건을 훗날의 설명으로 재구성하기보다, 그때 남겨진 기록 자체를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한국판에는 2008년 워너뮤직에서 발매된 「유리 예고로프 — 마스터 피아니스트」에 실린 파르한 말릭의 글과 클래식 음악지 『그라모폰』 2020년 8월호에 게재된 팀 패리의 글을 추가로 수록했다.
자유 이후의 음악
망명 이후 예고로프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정착했다.
1977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지만 그의 연주를 지지한 사람들이 1등 상금과 같은 1만 달러를 모아 뉴욕 데뷔를 도왔다. 이듬해 카네기홀에서 데뷔했고 이후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연주와 녹음을 이어갔다.
쇼팽과 슈만, 바흐, 모차르트에서 특히 드뷔시에 이르기까지 예고로프가 남긴 연주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계속해서 재발견되고 있다.
그가 그 음악에 도달하기 전, 스물두 살의 한 달이 있었다.
『유리 예고로프의 이탈리아 일기』는 그 자유의 대가가 무엇이었는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여주는 기록이다.

임윤찬이 말하는 유리 예고로프

“유리 예고로프가 러시아에서 망명 후 뿌리 내린 암스테르담에 꼭 가보고 싶어요.
그의 명연주는 거의 다 암스테르담 시기에 이뤄졌어요. 비록 불치병으로 인한 짧은 삶이었지만,
이 연주자의 위대함을 직접 그 도시에 방문하여 몸으로 느껴보고 싶어요.”
— 임윤찬
“그의 음악에는 가르칠 수 없는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영혼’이다.”
— 팀 패리 Tim Parry
“유리 예고로프는 그보다 오래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보다 짧은 생에 훨씬 많은 흔적을 남겼다.”
— 기돈 크레머 Gidon Kremer
“객관적인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만든 위대한 책.”
— 블라디미르 예고로프 Vladimir Egorov
Media
피아노홀릭 · 책 소개
선곡의 이유 68. 임윤찬이 사랑한 ‘비운의 천재’, 유리 예고로프
빔 더 한 (Wim De Haan)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빔 더 한은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비범한 음악명인 유리 예고로프를 알게 되었다. 그를 잊지 않기 위해 2015년에는 유리 예고로프 웹사이트(https://www.youri-egorov.info)를 만들었다. 네덜란드의 한 대학병원에서 생의학 엔지니어로 일하며 미국의 저명한 오디오잡지 《스테레오필Stereophile》에서 이달의 음반으로 선정한 피아니스트 에벨리나 보론초바Evelina Vorontsova의 라흐마니노프 전곡 CD 녹음 제작에 공동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다.
유리 예고로프의 이탈리아 일기 1976
빔 더 한
Youri Egorov - His Complete Original Diary, Italy 1976 (원제)
96쪽
145 × 210 mm
소프트커버 · 무선제본
한국어
2024년 5월27일
ISBN 978-89-98043-30-8 (03670)
도서출판 안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