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거장들의 세 가지 소원
패노니카 드 쾨니그스워터 (Pannonica de Koenigswarter)
“당장 이루어질 수 있는 세 가지 소원이 있다면?”
듀크 엘링턴, 마일스 데이비스, 디지 길레스피, 아트 블레이키, 찰스 밍거스, 소니 롤린스, 존 콜트레인…….
약 300명의 뮤지션들이 니카의 질문에 답했다.
듀크 엘링턴
“제 소원은 간단해요. 최고가 되는 거죠!”
마일스 데이비스
“백인이 되는 것!”
디지 길레스피
“여권이 필요 없는 세상.”
클라크 테리
“낡고 개똥 같은 인종주의가 사라졌으면.”
행크 모블리
“돈, 돈, 돈.”
아트 블레이키
“당신이 날 사랑하는 것.”
아서 테일러
“찰리 파커가 살아 있는 것.”
농담처럼 시작된 대답에는 음악가들의 욕망과 가난, 사랑과 외로움, 그리고 당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과 현실이 그대로 들어 있다.
그들은 왜 니카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
니카는 세계적인 금융가문 로스차일드 집안에서 태어난 남작부인이었다. 그러나 1950년대 뉴욕에서 그녀가 선택한 삶은 재즈 뮤지션들의 곁이었다.
그녀의 집에는 밤낮없이 음악가들이 찾아왔다. 함께 음악을 듣고 연주했으며, 때로는 머물 곳이 필요한 음악가에게 방을 내주고 아픈 사람을 돌봤다. 어려움에 처한 음악가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도 했고, 당시 뉴욕의 음악가들을 제약했던 카바레 카드 제도에도 맞섰다.
니카는 후원자였지만 그보다 먼저 그들의 친구였다.
그래서 그녀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었을 때 음악가들은 무대 위의 재즈 스타가 아니라 집에 놀러 온 친구처럼 카메라 앞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가 세 가지 소원을 물었을 때도 준비된 인터뷰 답변 대신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니카가 아니라면 그 누가 농담 같은 질문으로 재즈 음악인들의 속마음을 드러내도록 만들 수 있겠는가.”
가족사진처럼 찍힌 재즈의 얼굴들
니카의 사진은 잘 만들어진 음악가의 초상사진과는 다르다.
흔들리고, 어둡고, 때로는 초점도 정확하지 않다. 그녀는 사진가로서 재즈 뮤지션들을 기록하려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집을 찾아온 사람들을 가족사진 찍듯 촬영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유명한 연주자의 공식적인 얼굴 대신 소파에 기대어 있거나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쉬고 있는 모습들이 남아 있다.
사진의 특별함은 완성도보다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사이의 거리에 있다.
그들이 니카에게 말한 세 가지 소원 역시 마찬가지다.
24곡의 음악이 된 이름

니카를 위해 재즈 뮤지션들이 만든 곡은 20곡이 넘는다.
텔로니어스 멍크의 〈Pannonica〉, 소니 클락의 〈Nica〉, 〈My Dream of Nica〉, 케니 드루의 〈Blues for Nica〉, 토미 플래너건의 〈Thelonica〉…….
한 사람의 이름이 이토록 많은 음악 속에 남았다는 사실은 니카와 음악가들의 관계가 단순한 후원자와 예술가의 관계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1988년 니카가 세상을 떠난 뒤, 그녀의 재는 유언에 따라 허드슨강에 뿌려졌다.
자정 무렵, 텔로니어스 멍크의 〈'Round Midnight〉과 함께.
재즈를 번역할 수 있는 사람, 황덕호

황덕호 선생님은 오랫동안 재즈에 관한 책을 쓰고 번역하며, 방송과 강의를 통해 재즈를 알려왔다.
이 책에는 약 300명의 재즈 뮤지션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남긴 짧은 소원과 농담을 우리말로 옮기기 위해서는 영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들이 연주한 음악과 살아온 시대, 인종차별과 가난, 그들 사이의 관계와 재즈의 언어를 함께 이해해야 했다.
그는 영어 문장을 한국어로 옮긴 것이 아니라, 그 문장 속에 담긴 재즈 음악가들의 삶과 시대, 농담과 슬픔을 함께 번역했다.
재즈를 번역할 수 있는 사람, 황덕호
Media
시사IN · 장정일의 독서일기
‘재즈의 천국’ 가기 위한 여권 같은 책
장정일 · 2024.10.27
Archive
Wadiz · 『재즈 거장들의 세 가지 소원』
책이 다시 독자들을 만나기까지의 과정과
상세페이지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
▶ 와디즈 프로젝트와 기록 보기
이 책을 만든 사람들
패노니카 드 쾨니그스워터 (Pannonica de Koenigswarter)
1913년 로스차일드 가문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프랑스 외교관 쥘 드 쾨니그스워터 남작과 결혼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남편과 함께 자유 프랑스군에 참여해 암호 해독, 구급차 운전, 라디오 방송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1950년대 뉴욕으로 이주한 뒤 텔로니어스 멍크를 비롯한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의 친구이자 후원자, 대변인으로 살아갔다. 자신의 집을 찾아온 음악가들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촬영하고 그들에게 “당장 이루어질 수 있는 세 가지 소원이 있다면?”이라고 물었다. 약 300명의 음악가들이 남긴 사진과 대답이 이 책의 시작이 되었다.
1988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뉴욕 재즈계의 전설적인 존재로 살았다.
게리 기딘스 (Gary Giddins)
미국의 재즈 평론가이자 작가. 1973년부터 약 30년간 《빌리지 보이스》에 재즈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썼다. 1986년 피아니스트 존 루이스 등과 아메리칸 재즈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재즈의 역사적 레퍼토리를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했다.
1998년 《Visions of Jazz》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구겐하임 펠로십과 ASCAP 딤즈 테일러 상 등을 받았다. 《Riding on a Blue Note》, 《Celebrating Bird》, 《Weather Bird》, 《Jazz》 등 다수의 재즈 저서를 썼다.
이 책에는 니카와 음악가들이 남긴 ‘세 가지 소원’의 의미를 들여다보는 그의 글 「세 가지 소원」이 수록되어 있다.
나딘 드 쾨니그스워터 (Nadine de Koenigswarter)
패노니카 드 쾨니그스워터의 종손녀이자 시각예술가. 회화와 종이, 사진, 한정판 도서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해왔으며 세계 여러 곳에서 작품을 전시했다. 프랑스와 서아프리카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족의 기억과 기록을 바탕으로 패노니카 드 쾨니그스워터의 삶과 재즈 뮤지션들과의 관계를 들려주는 글 「니카」를 썼다.
황덕호
재즈 칼럼니스트. 1999년부터 KBS 클래식FM 〈재즈수첩〉을 진행해왔으며, 경희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재즈사와 대중음악사를 강의했다. 유튜브 채널 〈황덕호의 Jazz Loft〉를 운영하고 있다.
『다락방 재즈』, 『그 남자의 재즈 일기』, 『당신의 첫 번째 재즈 음반 12장』 등을 썼으며, 『그러나 아름다운』, 『빌 에반스: 재즈의 초상』, 『루이 암스트롱』, 『재즈 선언』 등 여러 재즈 관련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재즈 거장들의 세 가지 소원』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이 책의 한국어판을 여는 글 「니카의 집을 방문했을 때」를 썼다.
재즈 거장들의 세 가지 소원
패노니카 드 쾨니그스워터 (Pannonica de Koenigswarter)
LES MUSICIENS DE JAZZ ET LEURS TROIS VOEUX (원제)
336쪽
165 × 210 mm
반양장 · 사철제본
한국어
2024년 5월27일
ISBN 978-89-98043-31-5 (03660)
도서출판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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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거장들의 세 가지 소원
패노니카 드 쾨니그스워터 (Pannonica de Koenigswarter)
“당장 이루어질 수 있는 세 가지 소원이 있다면?”
듀크 엘링턴, 마일스 데이비스, 디지 길레스피, 아트 블레이키, 찰스 밍거스, 소니 롤린스, 존 콜트레인…….
약 300명의 뮤지션들이 니카의 질문에 답했다.
듀크 엘링턴
“제 소원은 간단해요. 최고가 되는 거죠!”
마일스 데이비스
“백인이 되는 것!”
디지 길레스피
“여권이 필요 없는 세상.”
클라크 테리
“낡고 개똥 같은 인종주의가 사라졌으면.”
행크 모블리
“돈, 돈, 돈.”
아트 블레이키
“당신이 날 사랑하는 것.”
아서 테일러
“찰리 파커가 살아 있는 것.”
농담처럼 시작된 대답에는 음악가들의 욕망과 가난, 사랑과 외로움, 그리고 당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과 현실이 그대로 들어 있다.
그들은 왜 니카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
니카는 세계적인 금융가문 로스차일드 집안에서 태어난 남작부인이었다. 그러나 1950년대 뉴욕에서 그녀가 선택한 삶은 재즈 뮤지션들의 곁이었다.
그녀의 집에는 밤낮없이 음악가들이 찾아왔다. 함께 음악을 듣고 연주했으며, 때로는 머물 곳이 필요한 음악가에게 방을 내주고 아픈 사람을 돌봤다. 어려움에 처한 음악가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도 했고, 당시 뉴욕의 음악가들을 제약했던 카바레 카드 제도에도 맞섰다.
니카는 후원자였지만 그보다 먼저 그들의 친구였다.
그래서 그녀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었을 때 음악가들은 무대 위의 재즈 스타가 아니라 집에 놀러 온 친구처럼 카메라 앞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가 세 가지 소원을 물었을 때도 준비된 인터뷰 답변 대신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니카가 아니라면 그 누가 농담 같은 질문으로 재즈 음악인들의 속마음을 드러내도록 만들 수 있겠는가.”
가족사진처럼 찍힌 재즈의 얼굴들
니카의 사진은 잘 만들어진 음악가의 초상사진과는 다르다.
흔들리고, 어둡고, 때로는 초점도 정확하지 않다. 그녀는 사진가로서 재즈 뮤지션들을 기록하려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집을 찾아온 사람들을 가족사진 찍듯 촬영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유명한 연주자의 공식적인 얼굴 대신 소파에 기대어 있거나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쉬고 있는 모습들이 남아 있다.
사진의 특별함은 완성도보다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사이의 거리에 있다.
그들이 니카에게 말한 세 가지 소원 역시 마찬가지다.
24곡의 음악이 된 이름

니카를 위해 재즈 뮤지션들이 만든 곡은 20곡이 넘는다.
텔로니어스 멍크의 〈Pannonica〉, 소니 클락의 〈Nica〉, 〈My Dream of Nica〉, 케니 드루의 〈Blues for Nica〉, 토미 플래너건의 〈Thelonica〉…….
한 사람의 이름이 이토록 많은 음악 속에 남았다는 사실은 니카와 음악가들의 관계가 단순한 후원자와 예술가의 관계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1988년 니카가 세상을 떠난 뒤, 그녀의 재는 유언에 따라 허드슨강에 뿌려졌다.
자정 무렵, 텔로니어스 멍크의 〈'Round Midnight〉과 함께.
재즈를 번역할 수 있는 사람, 황덕호

황덕호 선생님은 오랫동안 재즈에 관한 책을 쓰고 번역하며, 방송과 강의를 통해 재즈를 알려왔다.
이 책에는 약 300명의 재즈 뮤지션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남긴 짧은 소원과 농담을 우리말로 옮기기 위해서는 영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들이 연주한 음악과 살아온 시대, 인종차별과 가난, 그들 사이의 관계와 재즈의 언어를 함께 이해해야 했다.
그는 영어 문장을 한국어로 옮긴 것이 아니라, 그 문장 속에 담긴 재즈 음악가들의 삶과 시대, 농담과 슬픔을 함께 번역했다.
재즈를 번역할 수 있는 사람, 황덕호
Media
시사IN · 장정일의 독서일기
‘재즈의 천국’ 가기 위한 여권 같은 책
장정일 · 2024.10.27
Archive
Wadiz · 『재즈 거장들의 세 가지 소원』
책이 다시 독자들을 만나기까지의 과정과
상세페이지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
▶ 와디즈 프로젝트와 기록 보기
이 책을 만든 사람들
패노니카 드 쾨니그스워터 (Pannonica de Koenigswarter)
1913년 로스차일드 가문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프랑스 외교관 쥘 드 쾨니그스워터 남작과 결혼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남편과 함께 자유 프랑스군에 참여해 암호 해독, 구급차 운전, 라디오 방송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1950년대 뉴욕으로 이주한 뒤 텔로니어스 멍크를 비롯한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의 친구이자 후원자, 대변인으로 살아갔다. 자신의 집을 찾아온 음악가들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촬영하고 그들에게 “당장 이루어질 수 있는 세 가지 소원이 있다면?”이라고 물었다. 약 300명의 음악가들이 남긴 사진과 대답이 이 책의 시작이 되었다.
1988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뉴욕 재즈계의 전설적인 존재로 살았다.
게리 기딘스 (Gary Giddins)
미국의 재즈 평론가이자 작가. 1973년부터 약 30년간 《빌리지 보이스》에 재즈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썼다. 1986년 피아니스트 존 루이스 등과 아메리칸 재즈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재즈의 역사적 레퍼토리를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했다.
1998년 《Visions of Jazz》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구겐하임 펠로십과 ASCAP 딤즈 테일러 상 등을 받았다. 《Riding on a Blue Note》, 《Celebrating Bird》, 《Weather Bird》, 《Jazz》 등 다수의 재즈 저서를 썼다.
이 책에는 니카와 음악가들이 남긴 ‘세 가지 소원’의 의미를 들여다보는 그의 글 「세 가지 소원」이 수록되어 있다.
나딘 드 쾨니그스워터 (Nadine de Koenigswarter)
패노니카 드 쾨니그스워터의 종손녀이자 시각예술가. 회화와 종이, 사진, 한정판 도서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해왔으며 세계 여러 곳에서 작품을 전시했다. 프랑스와 서아프리카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족의 기억과 기록을 바탕으로 패노니카 드 쾨니그스워터의 삶과 재즈 뮤지션들과의 관계를 들려주는 글 「니카」를 썼다.
황덕호
재즈 칼럼니스트. 1999년부터 KBS 클래식FM 〈재즈수첩〉을 진행해왔으며, 경희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재즈사와 대중음악사를 강의했다. 유튜브 채널 〈황덕호의 Jazz Loft〉를 운영하고 있다.
『다락방 재즈』, 『그 남자의 재즈 일기』, 『당신의 첫 번째 재즈 음반 12장』 등을 썼으며, 『그러나 아름다운』, 『빌 에반스: 재즈의 초상』, 『루이 암스트롱』, 『재즈 선언』 등 여러 재즈 관련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재즈 거장들의 세 가지 소원』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이 책의 한국어판을 여는 글 「니카의 집을 방문했을 때」를 썼다.
재즈 거장들의 세 가지 소원
패노니카 드 쾨니그스워터 (Pannonica de Koenigswarter)
LES MUSICIENS DE JAZZ ET LEURS TROIS VOEUX (원제)
336쪽
165 × 210 mm
반양장 · 사철제본
한국어
2024년 5월27일
ISBN 978-89-98043-31-5 (03660)
도서출판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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